영등포구 ‘가족호텔 규제’ 이번엔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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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지난 3월 20일)에서 이슈가 됐던 서울 영등포구청의 ‘가족호텔 규제 몽니’가 결국 서울시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11일 안전행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전날 중소기업인 ㈜한승투자개발이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호텔 사업계획 승인 불허 처분 취소’를 요구한 사건에서 신청인의 손을 들어줬다. 영등포구청이 6월 12일 호텔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은 처분은 부당하니 취소하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승투자개발이 영등포구 양평로136에 사업비 600억원을 투자해 314개의 객실을 갖춘 관광숙박시설(케이투 가족호텔)을 지을 길이 다시 열렸다.

 이번 영등포 가족호텔 건축을 둘러싼 과잉 규제 논란은 집단 민원을 의식해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처분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기업 투자를 가로막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실제로 이 중소기업은 지난해 1월 가족호텔 건립 사업에 착수하면서부터 첩첩산중처럼 가로막힌 규제 장벽 때문에 약 2년이 되도록 사업이 진척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 초기엔 학교에서 50~200m 거리의 상대정화구역에 호텔 등을 지을 수 없도록 한 학교보건법 규정 때문에 7개월을 허비했다.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부로 교육 관련 규제를 어렵사리 통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구청의 조건부 건축심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올 들어 3월 10일 구청에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하면서 예기치 못한 규제의 벽에 또 부닥쳤다. 일부 주민들이 “초등학교로부터 170m 떨어진 곳에 호텔이 들어서면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러브호텔이 아닌 가족호텔인 데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던 조길형(57·새정치민주연합) 구청장이 민원 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왔다.

 안전행정부 간부까지 나서 구청을 설득했으나 구청 공무원들은 “집을 짓더라도 먼지·소음을 의식해 주민들에게 떡이라도 돌리는데 사업주 측이 법 절차만 강조한다”고 업체 측을 오히려 나무랐다. 심지어 “사업주가 직접 나서서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법 규정에도 없는 또 다른 규제를 추가했다.

 이런 사실이 본지에 보도(3월 25일자 2면)된 뒤 구청 측은 사업승인을 내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민원 처리 기한을 2개월가량 넘겨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에 호텔 사업승인 불허 처분을 강행했다.

 이처럼 구청의 과도한 규제로 타격을 받은 업체 측은 행정심판에서 승리하자 “이제는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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