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지하도시 16일부터 연재 |여류작가 이순 씨 집필 삽화는 김아영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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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앙일보는 그 동안 밀도 있는 전개로 절찬 속에 연재되었던 오정희씨의 중편 『바람의 넋』을 15일로 끝내고 16일부터 여류작가 이순 씨의『지하도시』를 새로 연재합니다.
72년 『외인학교』로 문단에 데뷔한 후 『엄마의 교습』 『부자실습』으로 주목을 받고 『바람이 닫은 문』 『숨어있는 아침』 『네게 강 같은 평화』등의 장편소설을 낸 이순 씨는 80년대의 싱싱한 감수성과 발랄한 문체로 소시민의 삶을 형성하는데 성공한『우리들의·아이』를 내놓음으로써 우리 문단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계씨는 이번 『지하도시』에서 남녀 두 주인공이 도시생활 가운데서 현실의 만족, 세속적 출세에의 탐닉과 센티멘털하면서도 꿈과 이상을 쫒는 두 가지 인간형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추적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이 같은 두 사람의 대비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살피려 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특유의 완만함과 경쾌함이 적절히 어울린, 읽는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문체로 써보겠다고 합니다.
삽화는 『바람의 넋』으로 본지 독자와 친숙한 김아영 씨가 맡아 두터운 터치를 보여줄 것입니다.

<원정이 된 기분으로…>
작가의 말
도시의 비대화는 이제 막을 길 없는 현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해마다 도시인구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불어만 간다. 이렇듯 증가하는 인간들을 수용하기 위해 도시의 공간은 하늘로 치솟아 고층건물의 숲을 이루고 땅속으로 기어 내려가 지하도, 지하철의 거미줄을 엮는다. 바야흐로 지하는 지상에 못지 않게 이제는 도시생활의 중요한 패턴이 되어 버렸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는데, 오늘날 우리들은 복잡하고 기상천외하고 불가사의한 현대생활을 수용하기 위해 마음속에다 지하도처럼 땅을 파왔던 것이나 아닌지 모를 일이다. 마음의 표면을 뚫고 내려가 저 깊은 바닥에 둥지를 틀고 있을 거미줄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란 어떤 것일까. 마음의 빗장 속에 감춰진 뿌리에서 돋아난 줄기들이 현실 속에서는 어떤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소상하게 밝혀 내려는 것이 이번의 소설에서 내가 할 일이다. 많은 성원과 편달을 바란다.

<무공해의 그림 많이…>
화가의 말
신문삽화는 내용, 시간, 크기 등이 제한되기 때문에 일면 어렵고 또 그래서 다른 맛이 있다. 평소 이순 씨의 작품은 무척 깔끔하게 이야기를 전한다고 느꼈다. 좋은 작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보다 나은 그림, 무공해(?)의 그림을 보다 많은 독자에게 보이며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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