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백두산 개방이 북핵과 따로 안 가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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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17일엔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을 통해 내금강, 개성, 백두산 관광을 남측에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15일의 개성 시범관광을 시발로 남측 주민들의 북한 관광이 다양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이와 같은 조치들은 7.1 경제개선조치 후 북한 사회가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개방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7월 말 재개될 6자회담 등이 잘 풀리게 된다면 남북은 개성공단의 본격적 가동과 전기지원, 관광 등 민간교류의 확대를 통해 과거와 차원이 다른 한반도 긴장완화와 협력의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과의 합의가 북한의 약속 불이행,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중단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장 평양.백두산 관광만 해도 2003년 평화항공여행사가 진행을 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달 반 만에 중단된 뒤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흑자를 내기 시작한 금강산 사업도 초기엔 북한 측의 무리한 대가 요구로 인해 상당한 적자를 보았다. 육로관광이 허용되고 입산료가 낮아지고, 정부의 수학여행 장려, 보조금 지급 등이 이루어진 이후에야 흑자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때문에 이번 북한의 관광지 추가 개방조치가 북한의 개방확대와 관련기업들의 수익성 창출이라는 열매를 맺으려면 현대그룹 차원만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지도와 관리도 요망된다. 또한 북한 관광진흥이 국내의 연계지역에 대한 일방적 피해가 되지 않도록 남측의 설악산 등과 북측의 금강산, 개성, 백두산 등을 연계한 남북한 연계관광진흥책과 관련협정 등의 체결도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개방의 길을 확대해 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한 개방과 도약의 기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릴 때 오게 될 것이다. 관광 개방의 길보다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 그리고 개발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북한 지도자들은 핵 포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