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사, 개인 비밀번호까지 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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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용카드사의 직원이 고객 수백명의 신용정보를 빼돌려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더군다나 이런 개인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니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비록 카드사의 시스템상 허점보다는 개인 도덕성 차원의 범죄이긴 하지만, 현금과 진배없는 고객의 정보를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한 데 대해 해당 카드사도 책임이 있다.

농협 현금카드 위조, 인터넷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카드사에 제공된 개인의 신용정보가 통째로 범죄집단에 넘어간 사건까지 발생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관리 부실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올 1~3월 중 경찰청에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 사례는 5천1백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급증했다.

신용카드 이용이 늘고 인터넷 뱅킹 등 사이버 거래가 일반화되면서 개인정보와 시스템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개인의 신용정보는 현찰이나 다름없다. 이름과 신용카드 및 비밀번호만 알면 바로 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런 개인정보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손쉽게 유출되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신용사회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금융기관을 어떻게 믿고 고객들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맡기겠는가.

이런 현상은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인터넷 보급 등 여건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데다,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금융기관 등은 잘못되면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시스템을 보완하고 정보보호에 대한 내부 통제와 직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따라야 한다. 개인정보가 매매되는 인터넷 사이트가 여럿 존재하게 방치한 것은 공권력의 직무유기다. 철저한 단속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