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으면 역풍” 공화당에도 경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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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공화당에 잇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양극화되는 미국 정치에 유권자들의 염증이 한계에 이르는 상황에서 다수당으로서 타협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면 2년 후 집권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자(현지시간)에서 “공화당은 완승을 했지만 이제 타협을 배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은 승리를 즐기고 있지만 승리를 과대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공화당의 선거 캠페인은 유권자들에게 긍정적 어젠다를 심기 보다는 거꾸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때리는데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승리를 가져오는 데는 충분했을지 몰라도 공화당에 보수 정책을 고집할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유권자들은 정치적 교착 상태를 우려하고 있고, 타협을 통해 의회가 일을 하기를 더 원하고 있다”며 “유권자를 만족시키려면 정치가 굴러가게 만들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화당내 오바마 때리기에 몰두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공화당은 2016년 대선에서 백악관 입성에 실패할 게 분명하다”고도 지적했다. “권력을 잡으면 책임이 수반된다”는 취지다.

 매릴랜드와 매사추세츠주와 같은 민주당 텃밭에서도 공화당 주지사가 당선되는 등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음에도 공화당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는 민심 때문이다. 중간선거 당일인 4일 CNN의 여론조사에선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함께 드러났다. 응답자의 10명중 8명(79%) 꼴로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8%가 오바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만족하지 않거나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으나 공화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율인 59%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CNN은 “유권자들이 오바마 정부는 물론 공화당에 대해서도 화가 나(mad)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로 강경파가 득세하는 선거구 시스템을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리는 게리멘더링을 거론한 뒤 “많은 정치인들이 게리멘더링으로 질 수 없는 지역구를 만들어 놨다”며 “그러니 정치인들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자기 정당의 도전자들로부터 온건파로 찍혀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화당은 반사이익으로 승리한 만큼 앞으로 다수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2년후 대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한국 역시 새누리당이 입법 과정에서 집권당의 협상력을 살리지 못하고 독식하려 하면 재집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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