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회계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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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회계법인들이 연결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깐깐하게 내고 있다.

모회사 단독으로는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던 기업들도 자회사까지 합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에선 '한정' 또는 '의견거절' 판정을 받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SK글로벌과 비슷하게 해외 자회사들의 부실을 털어내지 못한 채 분식회계로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회계법인들이 판단해 연결 재무제표를 보다 철저히 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12월 결산법인들의 2002 회계연도 연결 감사보고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기업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분석작업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올해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상장.등록 기업수는 지난해(38개)보다 늘어나 약 50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영화회계법인은 벽산건설에 대한 연결 감사의견에서 "자회사의 해외차입금 조회서를 확인할 수 없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영화회계법인은 신동방에 대해서도 자회사인 해표푸드가 화재로 인해 감사의견을 받지 못했다며 의견거절 판정을 내렸다.

또 삼일회계법인은 삼보컴퓨터에 대해 계열사인 두루넷과 코리아닷컴커뮤티케이션즈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안건회계법인은 영풍에 대해 자회사인 한국시그네틱스의 '화의'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이유로 한정 의견을 냈다.

이 밖에 동국제강이 미국 현지법인의 한정 감사 의견의 여파로 덩달아 한정 의견을 받았고, 한국합섬과 남성.동신 등도 해외 현지법인 감사보고서의 부재 또는 부실로 적정의견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등록 기업이 개별 감사보고서에서 부적정 또한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으면 증시에서 퇴출될 운명에 처하지만, 연결 감사보고서는 증시에서 퇴출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쓰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SK글로벌 사태에서 보듯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평가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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