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책 성격 띤 안기부장 경질|"이-장 사기사건 정보 부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설
안기부장의 경질은 이·장 어음사취사건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나온 인책성격의 인사로 보여진다.
전두환 대통령은 지난 5월21일 개각 때 『몇몇 장관은 책임보다 수습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유임시켰다』고 말했었다.
이번 인사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런 뜻에서 이 사건으로 책임질 다른 각료도 수습이 대충 마무리되면 인책될 수 있다는 애기도 된다.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과거 중정 출신 이철희가 등장했을 때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인책인사설 때마다 안기부도 그 대상으로 거론돼 왔으며 사전의 주역이 장 여인에서 이철희로 바뀌었을 때 더욱 결정적 전기를 맞았다.
전 대통령은 과거 인책과 용인의 현학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책임을 지운다」고 해왔다.
전 대통령의 이러한 책임정치구현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 책임과 인사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정계 일부 주장도 상당히 순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수사진전과 수습에 따라 수습보다 책임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설 때는 언제든지 후속인사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기부장 후임에 노신영 외무가 가고 외무장관에 이범석 비서실장이 가게 된 것은 개방사회지향이라는 제5공화국이 추구하는 정책의지의 강도와 대외 외교의 중요성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새 안기부장에 직업외교관 출신인 노신영씨가 기용된 것은 예전 중석의 이미지의 잔영을 지니고 있는 안기부의 이미지를 일신하고 테크너크래트의 합리성이 강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뜻이 있는 것 같다.
또 이 실장의 외무장관 기용은 교섭주역이 바뀜으로써 막바지에 들어선 한일 경협에 전기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전 대통령은 이 실장의 외무장관기용과 관련, 이미 인사구상을 해온 것 같다.
이 실장이 코스타리카 등 대통령 특사로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부터 외무부 간부들로부터 주요 업무 브리핑을 받아왔다.

<김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