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손실3백87억」을 정산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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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상식적으로는 계산이 잘 안 맞는다. 장 여인이 증권투자를 해 손해봤다는 3백87억 원-증권전문가들은 1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어떻게 그렇게 손해를 봤을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장 여인은 81년2월 공영토건으로부터 받은 4백억 원의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월2.7%의 이자로 할인해서 3백68억 원을 만들었다.
이중에서 2백억 원은 약속대로 공영토건에 빌려주고 나머지 돈 1백68억 원으로 주식을 샀고 이때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투자액의 30%가량인50억 원을 벌였다.
그러나 그이후 장 여인은 몰려오는 어음(4백억 원)을 막기 위해 주식이 없으면서도 있다고 속여 2∼3개월 후에 주식을 당시의 주가보다 2백∼4백원씩 싸게 넘겨주는 조건으로 제3의 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어 쓰는 과정에서 3백87억 원의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더우기 먼저 주식투자를 해서 벌었다는 50억 원을 차감한 잔액이 3백87억 원이라니까 작년하반기 이후에 손해본 돈은 4백37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숫자로 요약한다면 장 여인은 14개월 안에 6천6백43만주를 거래했고 이 과정에서 주당 평균 1천3백66원에 사서 7백84원에 파는 바람에 평균 5백82원을 손해봤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81년 상반기에는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팔았었다고 하니까 이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손해보고 팔 때의 주당평균 손해 액은 7백원정도에 이른다고 봐야한다.
첫 번째 의문은 장 여인이 벌었다는 이익이 과연 50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장 여인이 주로 샀던 주식들은 대림산업·동아건설·영양·유공 등 모두가 소위 1류 종목들이었다.
또한 시기적으로 장 여인이 재미를 보았었다는81년 초부터 7월초까지의 주가는 78년 이후 최대의 폭등세였다.
대림의 경우 연초에 9백50원 하던 것이 최고2천7백30원까지 올랐었고 동아건설도 8백56원에서 2천5백원으로 치솟았다.
다음은 장 여인이 주식투자를 통해 4백37억 원의 거액을 손해보는 과정에 대한 의문이다.
장 여인이 손해를 봤다면 순수한 주식투자 때문이 아니라 검찰의 지적대로 사채업자들로부터 빌은 돈을 주식으로 갚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봐야한다.
예컨대 현재 1천원 짜리 주식을 3개월 후에 7백원에 넘겨줄 테니 지금7백원을 빌려달라는 식이었다.3개월 이후의 주가가 변함없이 1천 원이었다면 장 여인은 그때 가서 1천 원에 사서 7백원에 넘겨 줘야하니까 주당3백원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주식들의 주가는 81년7월 이후 몇 차례 기복은 있지만 계속 내림세였다.
돈을 빌어 쓰고 나서 나중에 주식으로 갚는 과정에서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장 여인에게는 유리하다.
따라서 이런 과정에서도 장 여인이 손해봤다는 4백37억 원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
결국 장 여인이 주식을 사고 팔았던 가격·수량·날짜 등이 소상히 밝혀져야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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