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중대 제안' 정부 발표] 군수용으로 써도 확인 힘들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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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은 전략물자다. 전력은 민수용.산업용으로 이용되지만 동시에 군수용으로도 필수적이다. 북한의 야포.장갑차 생산공장이나 레이더 기지.통신 기지 같은 군사 시설 역시 전기가 공급돼야 돌아간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전력 직공급은 북한의 군비 태세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정부의 전력 약속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핵 위협이 사라져도 전력은 재래식 군사력의 유지에 사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북한이 군수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반대론도 함께 나왔다. 정부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에서 받은 전력은 고갈 상태에 있는 민수용으로 사용하면서 자체 생산 전력을 군수용으로 돌리면 사후에 확인하기도 문제 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 공급이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극단적인 시각에선 북한이 남한발 전력으로 핵무기 원료를 추출해 내는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를 돌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력 공급은 북한이 전략물자를 남한에 의존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03년 북한의 공식적인 발전 용량은 777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한이 약속한 200만㎾의 전력 규모는 북한엔 체제 운영을 위한 필수 물자가 된다.

북한이 남한의 전력으로 전철화된 철도를 운영하고 생산 시설을 돌리다가 남한이 일거에 전력 공급을 중단해 버리면 북한에 '암흑 효과'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방 직후 북한이 당시 한반도 전력의 최대 공급처였던 수풍발전소의 전력 공급을 중단했던 전례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의 허문영 선임연구위원은 "전력 공급이 주는 여러 함의를 감안할 때 전력 공급과 동시에 북한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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