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둘이 생활…꼭 결혼해야할까|결혼도 부모에 대한 효성, 노력하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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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28살의 미혼여성입니다. 여고를 졸업한지도 8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24살 때부터 결혼하기를 권고해 오신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도 않고 여태까지 버티어 오는 사이에 작년에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4남매의 막내인 저를 결혼식장에 인도해 시집보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리신다던 아버님께서 곡 빠른 시일 안에 결혼을 해서 어머님의 걱정을 덜어드리라고 유언까지 하셨지만요 어디 마음대로 결혼이 결정됩니까?
게다가 요즘은 제가 어머님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 되었어요.
오빠 두 사람이 모두 외국에 나가서 사시고, 언니 한 분이 결혼했으니까, 저와 어머님만 남은 셈이죠.
제가 없으면 어머님께서는 완전히 외톨이로 사실 것 같고, 또 한가지 어머님께서는『결혼생활에 대해서 회의적』이어서 강력하게 저의 결혼을 추진하시지도 않습니다.
전 모 회사의 경리담당으로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지위도 확고한 셈이지요.
그러다가는 정말 결혼이란 먼 동네의 불구경이 되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 이런 밍밍한 생활, 정말 새삼 걱정스러워서 편지를 드립니다.
이대로가 좋을는지요?<서울 b양>
【답】B양의 문제는 고민인지 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온한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사실 절박하고 절실하다고 해서 더 어렵고 심각하며, 평온하고 잔잔하다고 해서 덜 심각한 것은 아닌 줄로 압니다.
B양의 어머님에 대한 효성은 이해할 수 있겠으나 결혼을 해서 한사람의 어엿한 성인이 되는 것도 효성의 한 길이니까요.
회의적인 어머님의 결혼관에 영향을 크게 받으실 것은 없고 아버님의 유언도 있으니, 서둘러 보십시오. 반드시 노력하면 좋은 배필이 나타날 것입니다. 박현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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