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출연한 1일의 MBC-TV '100분 토론'은 국민과의 대화 형식이 아니라 盧대통령이 직접 토론자로 나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盧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아주 느릿하게,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답변했다. 일사천리로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강조하던 대선 때의 토론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이, 이것 참 말하기 곤란하네"라고 잠시 답변을 망설였으며, '미국에서 盧대통령을 자유주의자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엔 "우리 정책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보다 더 왼쪽에 있는 것도 아니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한때 진보주의 지도자 그룹에 들어 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언론 개혁.교육 개방.노사 문제 같은 대목에선 목청을 높이며 소신을 펴기도 했다.

盧대통령의 '다변'도 화제가 됐다.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지만 청와대에서 제일 말이 많은 분이 대통령에게 말을 줄이라고 건의했다면 문제 아니냐"고 하자 "말이 의사전달 수단인데…조절하려고 하는데 고민이다"고 해 폭소가 터졌다.

또 "처음엔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 있으나 결정적일 때 실망시킨다는 뜻으로 '놈현(노무현)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취임초 국정 운영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지적하자 盧대통령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근거없는 것은 아니나 좀 성급한 것 같다"고 응대했다.

盧대통령은 "예전에 집을 지을 때 목수가 오전 내내 연장만 갈고 일을 안해 어머니가 불평을 했는데 연장을 잘 갈아놓으니 오후엔 집을 금방 짓더라"며 '목수론'을 앞세웠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