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유전공학·반도체의 연결연구 활발…단백질 분자를 컴퓨터 기억소자·논리소자 등으로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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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험관 속에서 생산되는 컴퓨터-. 첨단기술의 2대 지주인 유전공학과 반도체를 연결시켜 보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해군연구소·제넥스사·벨연구소 등을 비롯해 대학연구실에서 추진하고 있는「생물학적 칩」(Bio Chip)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바이오칩이란 지금까지 반도체의 원료로 사용되어 오던 실리큰이나 칼륨대신 생물의 기본구성단위인 단백질 분자를 컴퓨터의 기억소자나 논리소자 등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
실리콘은 반도체적인 성질 때문에 기억소자 등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그 이외에도 생물의 단백질 분자, 예를 들면 피 속의 헤모글로빈 분자 등도 잘만 이용하면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흘려, 접속·단절을 시킬 수 있는 훌륭한 스위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바이오 칩의 개발이 가능케 됐다.
바이오 칩의 회로는 산소와 질소가 결합된 분자에서 수소원자가 질소 쪽에 붙었을 때는 전류의 단절, 수소가 산소에 붙었을 때는 전류가 통하는 성질을 이용, 하나의 단백질을 한대의 컴퓨터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현재 실리콘으로 된 칩은 사방 5m 정도의 칩에 26만개의 회로를 넣고 있으며, 내년이면 1백만 개까지 들어가는 칩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같은 크기에 더 많은 회로를 넣기 위해서는 회로의 선이 점차 가늘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생산되는 칩에서의 회로의 굵기는 대략 1미크론(1천분의1㎜). 이것을 0.5, 0.2미크론 등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어려움과 한계가 따른다. 그러나 전혀 차원이 다른 분자회로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분자는 워낙 작기 때문에 지금의 반도체와 같은 크기에 용량은 약1천만 배나 더 집어넣을 수 있게된다. 그 뿐 아니라 원자의 접속에는 아주 적은 양의 전력밖에 들지 않아 에너지 소모를 극소화시키고, 발열을 냉각시켜 줄 필요도 없게된다.
바이오 칩이 특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신체불구자를 위한 인공기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공시각 기관은 소형 TV카메라와 연결된 반도체를 뇌 속에 심고, 여기서 나오는 전류를 시신경에 연결시켜 주는데 금속이나 광물로 된 현재의 칩은 근육이나 신경계와 접촉,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것을 인체구성 물질과 같은 단백질로 바꿔준다면 부작용 없이 청각·시각·사지불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인공기관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바이오 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축적된 자료를 빼내는 출력문제. 분자가 너무나 작아 전선을 이어 붙일 수도 없는 형편이므로 의집 된 빚, 또는 폴리머 등을 도선으로 이용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디스커버 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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