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컸던 문제기업 처리|「일신」은 왜 버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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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제기업들의 수습대책이 결정되기까지 정부와 금융계는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선택을 놓고 몹시 고심했다.
문제기업들을 어떻게 처리하든 문제는 있고 또 세간의 비판이 쏟아질 것은 뻔한 일. 최근의 불황 등을 감안해 문제기업들을 다 살릴 경우 정부는 큰 기업을 죽이지 못한다는 선례를 남기게 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제2의 사태처리가 문제였다.
또 둘 다 죽일 경우 율산 파동과 같은 후유증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또 어느 기업을 살리고 어느 기업은 죽일 경우 그 기준이 무엇이며 균형을 잃은 처사라고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했다.
결국 관계당국은 모든 문제를 정도로 풀어 나간다는 방침을 굳혔다. 즉 기업도 견질 어음을 끊은 과실이 있고 사채업자들도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리의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원칙에 입각한 것.
일요일인 9일 당국자들은 밤늦도록 회의를 거듭, 해외건설업체의 도산이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공영은 법정관리로 하되 경영자를 바꾸는 한편 경영자의 개인 재산은 추가담보로 잡아 피해를 극소화시키기로 했다.
율 산과 신승기업의 도산이 몰고 온 해외시장에서의 여파를 감안, 법인만은 존속시키기로 한 것이다.
또 공영은 해외공사로 확보한 물량이 6억 달러가 넘는 데다 아직 받지 못한 공사대전도 9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나름대로 살릴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일신제강은 부채가 자본의 11배가 넘고 올해도 적자가 계속되는 등 자력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편 기타 기업들은 정부가 조금만 금융지원을 하면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판단, 사회정책 적 입장에서 살리기로 한 것이다.
당국은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기업들은 자유경제주의의 원칙아래 스스로의 책임은 스스로 진다는 입장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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