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새「개방」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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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월22일 중공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 제출된 새 헌법초안은 등소평 체제가 추진하고 있는 소위 개방체제를 반영하여 당정분리, 당의 우위에서 국가의 우위 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흥미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새 헌법초안에서는 78년 헌법이「당 제일」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역점을 두고, 거기 따라서 모택동의 반대로 실현될 수 없었던 국가주석 제가 부활된 것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중공군의 통수권도 지금까지는 당의 군사위원회(주석은 등소평)에 있던 것이 새 헌법에서는 국가기관으로 신설되는 「공화국 군사위원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요컨대 새 헌법은 문화혁명의 유산을 청산하고 당과 정부를 분리함으로써 중공의 현대화와 대외개방노선에 최대한의 신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78년 헌법에 있던 「전국인민의 전반적 임무는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 아래서의 계속혁명」, 「부르좌 계급에 대한 투쟁을 견지한다」는 등의 모택동 적인 귀 절이「새 헌법」초안에서는 삭제된 것도 문화혁명극복의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겠다.
작년부터 중공에서 개헌논의가 시작되었을 때 서방세계의 관측통들은 새 헌법에서는 개인소유 제라는 자본주의방식이 대폭 채택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해 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서방선진공업국가들의 기술과 자본을 도입하여 중공의 경제를 현대화하는데 필요한 현실적인 조치일 것이라는 판단이 그런 기대의 바탕이었다.
그러나 새 헌법초안은 소유 제에 관해서는「전 인민소유 제, 집단소유 제가 있다」고만 언급하고 있을 뿐 개인소유 제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작년이래 진운 부주석이『어디까지나 계획경제가 주가 되고, 시장기능은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는데 중공지도부는 개인소유 제를 너무 강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새 헌법 초안이 중공경제의 기초는 생산수단의 공유 제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진운의 발언에 나타난 중공지도충의 견해를 반영하는 동시에 개인소유 제 부활무드에 대한 단속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국가주석제의 부활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누가 국가주석이 될 것인가 인데 등소평은 고령을 이유로 국가주석 자리를 사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등소평은 당 군사위원회 주석자리를 겸하고 있다. 그가「공화국군사위원회」의 주석에 취임되면 중공군은 개헌 후에도 등소평에 의해서 장악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중공은 49년 건국 후 54년에 첫 헌법을 제정한 이래 문 혁 직후의 75년 헌법, 모택동 사후의 78년 헌법에 이어 네 번째 헌법을 갖게 된 셈이다.
새 헌법 초안은 54년 헌법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고 강조하고, 올 78년 헌법에 강조된 문혁 노선인「계속 혁명」을 부정하면서 근대화노선을 앞으로의 근본적 임무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공헌법은 최고지도자나 홍위병들에 의해서 자주 무시되어 왔다. 헌법의 조문이 아무리 이상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연내에 발효될 중공의 새 헌법이 중공의 기본법으로 제대로 지켜지는 헌법이 되어야 비로소 중공은 새 시대를 개막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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