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 지는 "반미·반 유럽"|포클랜드 포화로「라틴 아메리카」의식 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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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김동수 특파원】포클랜드 영유권을 둘러싸고 무력충돌까지 벌어진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분쟁은 단순한 양국간의 차원을 넘어서 서방동맹관계의 균열, 쿠바·소련 등 공산권의 영향력 확대조짐 등 국제정치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포클랜드 사태를 둘러싸고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국제정치분위기를 보도한 서독 디자이트지 5윌6일자 「로스트·비버」기자의 해설기사다.
함정이 격침되는 등 영국-아르헨티나가 무력충돌을 빚고 나서부터 라틴 아메리카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아직껏 밀접한 유대와 협력관계를 가져 본 일이 없는 중남미국가들이 불현듯 옛 독립투쟁 시절의 식민지역사를 되살려 기억하게 된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솔리대리티(연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이 영국 편을 들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중남미국가들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시지가 단순한 말뿐인 공약만으로 그칠 것은 확실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영국지지선언은 남미국가들의 해묵은 불신감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그 의구심이란 라틴 아메리카가 미국에 어떤 존재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포클랜드분쟁을 계기로 나토가 남-북 미 동맹관계 보다 미국에 더 중요한 것이고 미국이 남미-유럽간 분쟁에서 유럽편을 들게된 것이 분명해진 이상 중남미국가들만의 안전보장기구로서 새로운 미주기구(OAS)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미국이 제외됨은 물론이다.
믿을 수 없는 파트너는 미국뿐만 아니다. 남미국가들이 미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될 경우의 유일한 활로로서 중남미국가들이 믿고 기대해 오던 유럽도 이제는 그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포클랜드사태는 또 오래 전 중남미국가들의 공통문제이던 반 자본주의·반제국주의·반 식민주의를 부활시켰다. 문화적으로는 유럽적인 전통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경제·사회구조상으로는 제3세계의 범주에 속하는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군더더기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새로운 정치문화의 탄생」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막연한 희망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현상들이 이미 부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 직접적인 변화의 예가 중미와 카리브 해역에서 나타났다.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온건한 정책을 취하던 베네쉘라는 금주 초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침략과 미국의 시민주의 폭력에 대한 동조를 비난하고 나섰다.
라틴 아메리카의 유일한 모범적 민주국가인 코스타리카 역시 미국이 남미국가들에 대한 동맹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국가중 가장 미국을 비난하지 않는 나라는 영연방국가를 제외하고는 아직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는 브라질,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와의 국경분쟁 때문에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칠레 등 세 나라뿐이다.
반면 쿠바는「온갖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여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겠다는 그들의「의무」를 천명하고 있다. 공산주의자인「카스트로」와 「공산당 사냥꾼」인「갈티에리」가 기괴하고도 불장난 같은 연합전선을 갑자기 형성해 가고 있다.
비동맹국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카스트로」는 소련만이 제3세계의 『자연스런 맹 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쿠바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해 오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국가들은 이제 쿠바의 이러한 주장에 귀롤 기울일 기세다.
소련이 원조를 제공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대가로 중남미로부터의 쿠바의 고립종식을 요구한다 해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리 비싼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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