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경협 왜 질질 끄나"|일 언론서도 일 정부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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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신성순 특파원】8개월간을 끌어온 한-일 경협 교섭은「사꾸라우찌」일본외상의 방한기대가 무산됨으로써 다시 한 번 전도를 예측할 수 없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정부의 얄팍한 태도에 대해 이제까지 일본정부를 두둔하던 신문들도 비판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해 일본 정부룰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5월2일자 일본 요미우리(독보)신문은 해설을 통해 『「스즈끼」수상,「사꾸라우찌」외상의 태도엔 처음부터 리더십을 발휘한다거나 타결을 짓겠다는 자세를 느낄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외무성은 이것이 최선을 다한 것이니 싫으면 그만둬라』, 혹은 『한국의 경제가 어려우면 일본 안을 받아들이지 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야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아사히신문도 일본측이 『국내사정이 어렵다, 혹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균형을 물어 이번에 제시한 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국민들에 대해서조차 왜 그 이상은 어려운지 납득을 못 시키고 있다』고 설득력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총합안보라는 차원에서 대한 경협의 의의를 뚜렷이 설정」하고 나아가『중장기적 관점에서 남북분단상태에 있는 한반도 정책을 확고히 정립,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대한 경협도 그 같은 기본정책 적 바탕 위에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마이니찌 신문도 사설을 통해『일본이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한국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도 못했다』고 교섭이 결렬된 책임이 일본측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외상 5월 방한 설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의심받게 했다고 비판했다.
경협 교섭이 난항을 겪는데는 일본측의 얄팍한 산술놀음이 주인이 되고 있다.
한국 측의 요구는 ODA(정부개발자금) 60억 달러이며 일본측은 ODA 13억 달러를 제시 해 놓고 40억 달러로 성의를 보이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일본의 최종안이라는 것은 ODA 13억∼15억 달러, 일본수출입은행(JEXIM)및 시중은행 협조융자가 27억∼30억 달러다. 이 안은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ODA 60억 달러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규모인데도 40억 달러라는 숫자선전으로 속임수를 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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