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이 지나간 자리…시공이 멈춘 '착시 건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고속 비디오 영상이란 총알이 사과를 관통하는 순간,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 우유 방울이 왕관 모양을 만드는 순간 등 눈 깜빡할 새 벌어지는 모습을 카메라가 정지한 듯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멈춰버린다면? 그것도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말이다.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 광장에 있는 한 건물은 마치 번갯불이 관통한 듯 중간부가 통째로 날아간 채 상하 두 쪽으로 분리돼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건물의 상층부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공중에 떠 있다.

영국 아티스트 알렉스 친넥(Alex Chinneck)은 코벤트 가든의 184년 된 시장 건물을 두 동강 내서 공중에 띄웠다. '번개는 가져가되 천둥은 훔쳐가지 마오'(Take My Lightning but Don't Steal My Thunder)라는 이름의 이 설치예술품은 10월 코벤트 가든 광장을 방문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면 가로 길이만 12m가 넘는 거대한 건물 한가운데가 뻥 뚫린 모습을 본 영상 속 사람들은 혹시 중간에 투명한 기둥이라도 연결된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본다. 그러다가 위아래를 연결하는 어떤 기둥도 없다는 걸 알고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혹여 건물 윗부분이 갑자기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코벤트 가든 광장 전체를 압도한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3개월 동안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원됐다. 진짜 돌로 만든 건축물 같지만 실제로는 폴리스티렌, 일명 스티로폼을 깎아 만들었다. 실제 시장 건물과 똑같은 질감을 살리기 위해 거친 가루를 뿌리고 색칠해 완성했다.

중간에 어떤 지지대 없이도 건물의 상층부를 띄울 수 있었던 비결은 '평형추'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상층부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 한 쪽에 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추를 고정시킨 것이다.

이 작품은 10월 한 달간 코벤트 가든에 자리하며 런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배예랑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영상 코벤트 가든 런던 유투브 계정, 사진 해당 영상 캡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