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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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치상으로 지난 5년간 국산 영화는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성장에 불과하다. 지난 몇 년간 좌석 점유율이 40%를 웃도는 방화는 1년에 고작 서너 편에 불과했다. 그것도 관객에게 '먹히는' 상업영화 몇 편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쿼터를 축소하면 일부 장르에 편중된 기형적인 제작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며 간간이 나오던 저예산 영화들은 고사할 것이다. 단순 수치에 의한 경제적 논리를 문화정책에 우겨넣어서는 안된다.

▶한국 영화는 아직 좁은 길로 일방통행하고 있다. 코미디와 조폭 영화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천편일률적인 소재는 오히려 한국 영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제작비가 1백억원이 넘는 영화가 나오면서 장르 탈피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웃기는 영화만 먹히기 때문이다. 기술과 자금 등에서 열세인 한국 영화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받으려면 연중 1백46일의 쿼터는 꼭 지켜져야 한다.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한국 영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외국 영화에 맞서기엔 아직 힘에 부친다. 기반을 더 다져야 한다. 첫 걸음을 뗀 아이에게 마라톤을 하라는 꼴이다.

▶지금은 스크린 쿼터를 축소할 이유도 실익도 없다. 일단 국산 영화의 경쟁력이 확보될 때까지 지켜져야 한다. 또 통합전산망에 가입하면 20일을 경감하려는 것은 스크린 쿼터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므로 즉시 시정해야 한다.

▶최근 국산 영화가 많이 제작.배포되고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둔 것은 스크린 쿼터의 힘이 컸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쿼터를 축소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문화는 경제와는 다르다. 국산 영화의 튼튼한 발전을 위해서는 아직 쿼터제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