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신해철 심장 막에도 0.3cm 천공 … 사인은 패혈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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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故) 신해철씨 시신에 대한 부검에서 당초 알려졌던 소장 쪽 천공 외에 심낭(心囊·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에서 천공(穿孔·장기의 일부에 구멍이 뚫림)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신씨의 사인을 두 개의 천공이 유발한 복막염 및 심낭염, 이로 인한 패혈증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국과수는 3일 서울분원에서 사인(死因) 규명을 위한 부검을 진행한 뒤 이같이 밝혔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신씨의 횡격막 좌측 부위 심낭에서 0.3㎝ 가량의 천공 부위가 새로 발견됐다”며 “(지난 17일 S병원에서 한) 장 협착 수술 부위와 인접해 있고 깨와 같은 음식물 이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봤을 때 수술이나 의료 행위 중에 생기는 의인성(醫因性) 천공이 맞다”고 발표했다. 신씨의 사망이 의료사고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취지다. 최 소장은 “천공이 언제 생겼는지 등은 진료기록부나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또 소장 부위에서 발생한 1cm 크기의 천공은 아산병원의 응급수술 때 절제돼 이번 부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아산병원이 시행한 응급수술 기록지에는 소장 아랫부분 70~80cm 지점에 천공이 발생해 이로 인해 광범위한 염증이 생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과수는 소장 쪽 천공도 장 유착 수술 중에 발생한 의인성 천공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는 위 축소술도 시술됐다고 판단했다. 부검 결과 신씨의 위벽 부위를 15cm가량 바깥으로 봉합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것이 위의 용적을 줄이기 위한 축소술 시술에 의한 것이라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그동안 유가족 측은 S병원 측이 장 유착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동의 없이 위축소 시술을 시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S병원 측은 “위 축소술을 시행한 적이 없으며 장 협착 수술 중에 벗겨진 위벽을 튼튼하게 봉합한 것”이라고 맞서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부검 결과만으로 신씨의 사인을 의료과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과수의 발표는 이번 부검을 통해 확인한 내부 장기의 상태를 주요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의학 교수는 “심낭에 의인성 천공이 발생했다면 명백한 의료 과실이 맞다”면서도 “이 천공이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이후에 심낭에 찬 고름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발생시킨 것인지는 의료기록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S병원 원장 등을 소환해 심낭의 천공이 발생한 경위와 위 축소술 시술을 부인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의 부검 결과를 갖고 대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의료과실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검 결과에 대해 유가족 측은 “그동안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부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S병원 측은 지금이라도 법적 책임에 연연하지 말고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을 갖고 임하라”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다음주 중 S병원에 대해 민사 소송을 내기로 했다. 부검이 끝남에 따라 신씨에 대한 장례 절차는 재개됐다. 고인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후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된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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