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600년, 스마트폰 따라 걷는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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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동대문성곽공원 인근 한양도성을 따라 걷다보면 음각으로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고 새겨진 성돌들을 볼 수가 있다. 여기엔 축성 당시 감독관과 책임기술자의 이름과 날짜가 새겨져 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공사실명제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각자성석은 요즘엔 동대문성곽공원 근처에 몰려있다. 한양도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 곳에 모아뒀기 때문이다. 축성 초기인 태조와 세종 무렵의 각자성석엔 구간명과 구간별 축성을 맡았던 군현(郡縣)명이 새겨져 있다.

 서울시는 각자성석처럼 모른 채 지나치기 쉬운 한양도성의 축성 역사를 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최근 내놨다. ‘서울 한양도성’ 모바일앱(사진)이다. 축성의 역사와 함께 도시가 커지면서 사라진 도성과 그에 따른 우회로 등을 담았다.

 한양도성은 현장 박물관이다. 축조 이후 여러 차례 보수가 진행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396년 태조는 두 차례 공사를 통해 축성을 마무리했다. 당시엔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사용했다. 이후 숙종과 순조를 거치면서 성돌은 점차 크기가 커졌다. 숙종때는 가로·세로 40~45㎝ 크기의 성돌을 쌓았다. 순조 때는 가로·세로 60㎝ 크기의 정방향 돌을 다듬어 쌓아올린 게 특징이다. 자연스러운 형태에서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변화한 것이다. 모바일앱에선 이런 도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실행하면 한양도성 답사를 위한 6가지 코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코스별 거리와 소요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인왕산 ▶백악 ▶낙산 ▶흥인지문 ▶남산(목멱산) ▶숭례문 구간이다. 백악 구간은 1·21 사태 이후 40년 가까이 출입이 제한돼다가 2007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낙산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에 좋다. 스마트폰 위치서비스(GPS)를 사용하면 낙산정 등 한양도성을 지나는 주요지점에서 도착 알림도 해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 성곽이 보존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모바일앱을 이용하면 한양도성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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