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밥맛의 비결은, 그날 찧은 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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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CJ제일제당 햇반 공장에서 신제품 ‘큰눈영양쌀밥’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CJ제일제당 ‘햇반’ 공장을 지난달 31일 찾았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가지런히 놓인 햇반 용기에 일정량의 쌀이 쏟아진다. 14도로 저온보관돼 있던 현미 상태의 쌀을 이제 막 도정하고 세척해 불린 것이다. 부산 햇반 공장 생산2팀 심진욱 사원은 “저온보관과 당일도정이 햅반 밥맛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미생물을 없애고 쌀에 찰기를 주기 위해 불린 쌀에 스팀을 8회 뿜는다. 깨끗한 물을 주입한 뒤 ‘취반 과정’에 들어간다. 100도의 스팀을 30~35분 동안 분사해 밥을 짓는 것이다. 완성된 밥은 산소를 차단하는 2중 구조의 필름으로 밀봉해 첨가물 없이도 상온에서 9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반. 부산 공장에서는 시간당 약 10t의 햇반이 생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비상용’으로만 인식되던 즉석밥이 1인 가구·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한 즉석밥 시장은 올해는 약 19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1996년 햇반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 CJ제일제당은 ‘햇반=즉석밥’으로 통용될 정도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햇반 매출은 10년 사이 3배가 늘어난 1079억원(2013년)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부쩍 낮아졌다. 오뚜기·농심 등 경쟁업체가 뛰어들었고,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자체제작(PB) 즉석밥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2008년 약 75%에 달하던 햇반의 시장점유율이 2013년에는 약 65%로 뚝 떨어졌다. CJ제일제당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31일 출시한 ‘큰눈영양쌀밥’이 그 첫 시도다. 쌀눈 크기가 3배 큰 ‘큰눈영양쌀’을 서울대 농업대학과 공동 개발해 즉석밥으로 내놓았다. 일반 햇반보다 580원이 비싼 1980원이지만 건강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 수요가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CJ제일제당 박찬호 식품마케팅담당 상무는 “ 즉석밥 시장은 4년 후 지금의 2배인 36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건강곡물과 제철재료로 만든 제품으로 점유율을 늘려 2018년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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