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잇따른 연정 발언에 대한 야당의 5일 공식논평은 '연정 불가'라는 한목소리다. 하지만 물밑에선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특히 소연정의 대상으로 거론된 민주노동(민노).민주당과 대연정의 대상으로 꼽힌 한나라당의 입장은 크게 달랐다.
◆ 지켜보는 민노.민주=민노당은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때 열린우리당과 '투표 연정'을 했다. 연정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 연정 얘기가 구체적인 조건과 절차가 제시되지 않은 채 뜬금없이 나온 것만 문제삼았다.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대통령이)'원론적 아이디어'라며 추상적인 원칙만 던져놓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어느 당과 어떤 정책적 공조를 할 것인지,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야만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같은 당 노회찬 의원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노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직 문제 등 민노당의 주요 정책이 수용된다면 정책 공조나 더 나아가 연정까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보안법 폐지는 연대해도 부유세 신설.주한미군 철수 등 민노당의 정책 중 수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상황을 좀 더 보자는 쪽이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노당처럼 정책 등을 둘러싼 조건을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큰 그림은 야당에 각료직 몇 개 나눠주는 수준이 아니라 거대한 반대급부를 얻자는 것"이라고 했다.
◆ 한나라는 냉소=한나라당은 연정 발언을 '국면호도용 꼼수 정치'로 보고 말려들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여당 의석이 과반에 3~4석 모자란다고 대통령이 엄살을 떤다"며 "야당과 정책공조는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인위적인 여대(與大) 만들기에 나선다면 큰 악수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고흥길 홍보위원장도 "연정 발언은 국방장관 해임안을 민노당과 야합 처리해 여론이 나빠지자 일시적으로 덮어보려는 호도책"이라고 주장했다.
박소영.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