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과 거리 먼 유명디자이너 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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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흔히 말하는 유명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낸 옷들을 광고·잡지를 통해서 자주 보게된다.
물론 그런 옷들이 실용성 위주보다는 말 그대로 패션을 창조해내야 하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으나 우리 생활과는 너무 동떨어지고 하나같이 환상적이고 그림에서나 보면 될 것 같은 옷들이 거의다.
어느 단체 조사에서도 96·7%가 『너무 현실과 거리가 멀다』라고 통계가 나올 정도니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 디자이너 밑에서 일하는 예비디자이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말인즉 유명도 때문에 내놓고 할 수 없는 세일인데, 연고판매 형식으로 단골고객이나 지면 있는 사람에게 40% 세일에 3개월 할부판매란다.
내가 소개하는 사람들까지 믿고 신용판매로 해줄테니 몇 사람 데리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친구가 일하고 있는 곳이라도 그 앞을 그냥 지나치는데 익숙해 있다.
실제 내 생활과 거리가 먼 이유도 있겠고, 가서 보면 실용적이고 마음에 드는 옷도 있겠지만 우리 남편 한달 월급 정도 지불하고 옷 한벌 사 입을 배포가 내게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그 친구와 전화라도 하면 다른 이런저런 주위 이야기뿐이지 『한번 놀러와』하는 이야기조차 그친지 오래인 터다.
그냥 줄 수는 없는 친구입장으로서는 항상 마음에 걸렸던지 이번에 꼭 와서 한벌 사 입으라면서 이것저것 값을 대강 이야기 해줬다.
결혼 때 정식으로 맞춰 입은 것 이외에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사 입고 살아온 나로서는 대강 「얼마 할 것이다」하는 정도지 정확한 금액은 몰랐다.
40% 세일해서 바지가 4만∼5만원이고 재킷은 8만∼9만원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40% 세일을 하지 않았다면 바지하나에 10여만원이라는 이야긴데 이렇게 비싼 옷을 입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이런 옷을 만들어서 팔아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며 40% 세일하겠다는 것은 무슨 장삿속인가.
10여만원 정가 붙여서 40%세일에 3개월 할부 판매할 바에는 아예 현실적인 값으로 실용적이면서도 패션감각 있는 옷을 만들어 팔 수는 없었을까?
주부들이 무릎헤진 바지를 반바지 만들어 입히는 것처럼 우리 실정에 맞고 값싸고 대중성 있는 좋은 디자인을 해낼 때 진정한 유명 디자이너로서 찬사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터무니없이 비싸야 성이 찬 듯 사 입는 사람들의 의식도 탓해야겠지만 다루어 비싼 옷을 만들어야만 유명도를 지켜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의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서울용산구원효노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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