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반기엔 경기회복 자신한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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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여당이 4일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당초 5%에서 4% 안팎으로 낮추고, 올해 새로 만들겠다던 일자리도 40만 개에서 30만 개로 줄여 잡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도 대폭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장 목표의 하향 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일단 경기 부진의 실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문제는 경기를 살릴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부는 당초 연평균 7%의 성장률을 장담했다가 이를 6%로 낮춘 뒤 올해 다시 5%로 낮춰 잡았다. 급기야 올 상반기를 넘기면서 이 목표마저 달성이 어려워지자 목표치를 또 내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은 계속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경제위기 조장설을 내놨다가, 그 다음엔 이전 정권의 실책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고 나선 환율 절상과 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요인들이 경기 부진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니다. 진단이 명확하지 않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정부도 인정하다시피 경기 부진의 핵심은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가 왜 부진한가. 그것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 회복의 해법은 규제를 풀고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대책은 여전히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무엇보다 규제를 푸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지방 균형발전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다 해서 수도권의 규제조차 선뜻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4% 성장률 달성도 어렵다. 실제로 대한상의의 조사에 따르면 연내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응답은 9%에 불과한 반면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이 32%, 내년 하반기라는 응답이 37%, 2007년 이후라는 응답이 22%에 이른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성장률의 1%포인트 하락은 10만 개의 일자리 상실을 뜻한다. 이제 경기 부진의 원인을 직시하고 실효성 있는 경기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