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괴롭지만 정수로 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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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제5보(64~79)
● . 옥득진 2단 ○.이창호 9단

흑▲로 포위한 상황에서 점심시간이 됐다. 오후 2시. 작지만 단단한 체구를 지닌 옥득진 2단이 먼저 와 있다. 그의 취미는 길거리 농구다. 온유한 듯 웃는 얼굴인데 스승인 권갑룡 7단은 "그렇지도 않아요"하면서 숨어 있는 가시의 사나움을 전해준다.

이창호 9단의 대마가 포위되었다. 후수로 사는 것은 어딘지 쓰라리다. 그래서 '참고도' 백1로 두는 수가 연구된다. 후수로 사느니 이렇게 여섯 점을 잡아 버리고 싶다. 그러나 김수장 9단은 "너무 엷다"고 말한다.

19분의 장고 끝에 이창호는 단순히 64로 막았고 65를 기다려 66의 후수로 살아 두었다. 괴롭더라도 정수를 추구하는 이창호의 긴 호흡이 느껴진다.

옥득진 2단이 67로 공격의 포문을 열면서 바둑은 서서히 중반의 난소로 접근하고 있다. 백이 대마를 놔둔 채 76으로 둔 것은 실리의 균형을 잡으려는 수. 그런데 옥득진이 77, 79로 응수를 물으며 만만치 않은 기세로 이창호의 신경을 압박한다. 이창호는 계속 참을 것인가. 한 번쯤 화를 낼 것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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