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 음악프로 첫진행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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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강수정을 주목했다. 그녀는 어쩌면 현직 아나운서중에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아나운서중 한사람이다. 그것도 프로그램 선택권이 어느정도 주어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아니고 보수적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강한 KBS아나운서다. 아나운서 하면 교양 프로그램 진행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시청자 뇌리에 굳건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시트콤, 오락성이 강한 ‘여걸식스’ 등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넘나들고 있다. 이 때문인지 멀티플레이어 아나운서로 불리기도 하는 강수정은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전통적 아나운서의 차분한 이미지를 깬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녀가 1일 첫 진행을 한 ‘클래식 오디세이’. 심야 프로그램인데다 클래식을 소개하는 음악 프로그램이어서 강수정이 얼마나 소화할 지에 눈길이 쏠렸다. 거기에 전임 진행자였던 정세진의 차분하면서도 편안하게 클래식 음악을 전달하는 정세진표 진행 스타일이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은터라 더욱 그렇다. 정세진과 강수정의 진행 스타일과 이미지는 어쩌면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깨선이 들어난 드레스를 입고 나온 강수정은 프로그램 진행내내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클래식 오딧세이’를 진행했다. 물론 그녀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성격에 빠른 적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어투는 상당 부분 들떠있었고 프로그램에 완전히 천착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전임 정세진의 진행 스타일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 진행이 눈에 띄었다. 결정적으로 작가가 써주는 대본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 지점이 정세진과의 가장 큰 변별점이었다. 물론 오랜 경륜으로 다져진 이유도 있지만 정세진 아나운서는 스스로 클래식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부를 계속해왔다. 그러한 지식의 풍부함이 대본을 장악하며 프로그램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끄는 자양분으로 작용해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강수정은 이제 시작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에서도 그 프로그램에 관련한 공부를 비롯한 준비를 철저히 하느냐 하지못하느냐의 차이는 시청자에게 금세 들어나게 돼 있다. 그리고 강수정이 극복해야할 과제가 또 하나 있다. 정세진표 진행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방송 진행자는 프로그램의 성격, 인기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무대 위의 연출자다. 진행자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진행자는 프로그램 시청률의 상승과 하락의 주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 진행자의 선택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신뢰성마저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자신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최 일선의 방송인이자 방송의 실체로서 선명하게 인지되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강수정은 강수정만의 특성과 분위기를 살리는 강수정표 ‘클래식 오딧세이’를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도 살고 강수정도 산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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