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은 두 개 뿐이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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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돼지」라 불러온 둘째이자 막내아들의 입영통지서를 받아 들었다. 이제 나는 자녀를 모두 키운 기분이 든다.
아들 둘만을 낳아 기른 나에게 주위에선 곧잘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이들을 낳을 때만해도 가족계획이란 것이 없었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좋은 것으로 통했었다.
여든 노인이 세살 어린이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의미도 되고 지혜에는 노소가 없다는 말도 되리라.
우리 아이들이 서 너 살 때니까 꼭 20년 전 일이라고 생각된다.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가진 내가 딸 하나쯤 더 욕심을 내볼 때였다. 주위에서도 한 명 정도는 더 가져도 되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또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타고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 시절이었다. 그러나 한편 나에겐 자신이 없었다.
3평 남짓한 전세방에 살고있던 나는 주인이 금방이라도 방을 내놓으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거기에다 아이가 하나 더 있어 3명이 되면 집 구하기도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자녀를 더 갖고 싶은 욕심과 한편 생활에 전혀 자신이 없었던 그때 나는 맏아들에게서 좋은 교훈 하나를 얻게 되었다.
유난히도 따뜻하던 3월 어느 날, 나는 졸라대는 두 아들의 손을 잡고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공원을 거닐 때 나는 무심코 한마디 말을 아이에게 던졌다.
『엉아야, 엄마 아기 하나 더 낳을까?』
이 말을 듣고 한참 고개를 갸웃하던 큰 아이가 『엄마 아기 낳지마…』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어 『엄마손 두 개 밖에 없잖아. 나하고 돼지하고 잡으면 또 낳은 아기는 어디를 잡아』라고 덧붙였다.
돼지는 둘째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 3명과 2명은 하나의 차이밖에 없지만 나의 능력으론 큰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아빠와 함께 버스를 타더라도 우리는 한 명씩 안고 오르면 큰 문제가 없다.
당시만 해도 집 마련의 계획조차 세울 수 없었던 우리가 자녀욕심만 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큰 아이는 대학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단단히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살 박이의 지혜덕분에 우리는 덜 가난에 찌들렸다고 생각하니 새삼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김정희<서울 성북구 정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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