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 채 저 존재의 근거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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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양철학의 주제가 「존재」였음은 중세를 거쳐 근세·현대철학의 명맥이 형이상학으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실로 형이상학은 서양철학의 골격을 이룬다고 보겠다.
6년전에 『형이상학』이란 제목의 책을 낸 저자가 이제 그 속편으로서 『존재의 근거문제』를 내놓은 것은 그래서 철학의 중심문제를 다룬 것으로 주목된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사유가 궁극적으로 존재문제와 만나는 것은 철학적 지성의 운명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지난 몇세기동안 존재탐구에서 이탈하였던 인간지성이 오늘날에 이르러「존재」에의 깊은 향수를 자각하고 존재탐구에로 되돌아 오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보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세 1천여년의 연륜이 쌓이는 융성기인 13세기 스콜라철학의 거성 「토마스·아퀴나스」의 인식론과 존재론·신론을 근간으로 하여 근세·현대의 쟁쟁한 철학자를 모두 조명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토마스」철학이 소개됐고, 이어서 제2부에서는 근세초의 「데카르트」로부터 「흄」「칸트」를 거쳐 「헤겔」의 범신론에 이르기까지를 논했다.
제3부에서는 「니체」의 무신론, 「키에르케고르」의 존재와 신, 「야스퍼스」의 초월자사상, 「하이데거」「존·듀이」등의 신관과「사르트르」의 무신사상과 최근의 인격론까지 논하고 있다.
서구철학이 그리스철학에 연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세 1천여년의 진지한 인간사유를 뛰어 넘어 근·현대철학을 그리스철학과 직결시켜 고찰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중세의 존재론과 존재의 근거론은 그리스사상을 내면적으로 변혁시켜 새로운 서구사상풍토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존재론과 존재의 근거론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구철학의 큰 유산으로 전승되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에서 중세를 포함시켜 근세·현대의 존재근거문제를 다룬 것은 이러한 관점일 것이다.
김 규 영 <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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