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중, 미국 국가에 깍듯이 예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평양에서 열린 국제 권투경기에서 북한 관중이 미국 국가에 예의를 깍듯이 갖췄다고 29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무대는 28일 세계여자권투협의회(WBCF) 타이틀 매치가 연이어 벌어진 평양 류경정주영 체육관이었다. 라이트 플라이급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북한과 미국 선수가, 밴텀급에선 북한과 일본 선수가 격돌했다. 신문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조.미 대결전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정세 속에서 관람자들도 조선을 고립.붕괴시키려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증오 감정이 꽉 들어차 있었다"고 링 주변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입추의 여지 없이 스탠드를 꽉 메운 북한 관중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모두 일어서는 성숙된 관람문화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북측 사회자는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북한 선수뿐 아니라 미국.일본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핵문제로 인한 대치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의 수도 한복판에서 연출된 이 광경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최종전인 대 이란전에서의 불상사로 얻은 '훌리건'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선수를 물리치고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북한 선수는 "미국은 우리 조선 인민의 철천의 원수다. 미국 선수에게는 절대로 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