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방북 허락해달라" 박 대통령 "기회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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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다. 지난해 2월 25일 이 여사가 국회에서 열린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사실은 (지난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5주기 때 즈음해서 뵙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러 가지 있다 보니 오늘에야 뵙게 됐다”며 “지난 5년 동안 여사님께서 김 대통령님 묘역에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찾아가셔서 기도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5주기에 화환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여사님께서도 이렇게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에) 조화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을 많이 하셔서 김 대통령님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여사는 지난 26일 박 전 대통령의 35주기 추도식에 처음으로 화환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대선을 앞두고 서울 동교동으로 이 여사를 예방한 기억을 떠올리며 “2년 전에 찾아 뵀을 적에 하루속히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래서 국민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하나로 모으고, 또 지금부터 차분히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통일에 대해 여사님께서 관심이 상당히 많으셔서…. 제가 듣기로 북한 아이들 걱정하면서 털모자도 직접 짜시고, 목도리도 짜시고 준비하신다고 들었다.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정성·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여사는 7년간 의료기기와 영유아 영양제, 직접 뜬 목도리 등을 북한에 보내왔다.

 박 대통령은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고 그러셨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고, 모자 건강도 많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 모자 1000일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사는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며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 한 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당초 이 여사에게 오찬을 제안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차를 마시는 접견으로 진행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 여사는 국가 원로시며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도 한 번 모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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