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폭소케 만든 '발길질 세리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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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을 더 밟았어야 했는데…"
2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15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의 화두는 다름 아닌 발길질 세리머니였다. 새 시즌을 앞두고 다부진 각오와 새로운 목표를 이야기하며 엄숙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가 발길질 세리머니 때문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발길질 세리머니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관련이 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이 2012~13, 2013~14 시즌에 연속 우승하면서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뒤 짓밟혔다. 평소 운동량이 많고 험하기로 소문난 위 감독에 선수들이 우승을 하고 과격하게 복수하는 의미가 담겼다. 이같은 우승 세리머니는 우리은행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세리머니가 이달 초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나왔다. 여자대표팀이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위 감독을 헹가래 친 뒤, 코트에 눕혀 짓밟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12명의 대표 선수들에게 짓밟혔지만 위 감독은 흐뭇한 미소로 화답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공교롭게 미디어데이에 6개 구단 대표 선수 전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신이어서 발길질 세리머니가 흥미로운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우리은행 2연패를 통해 발길질 세리머니를 경험했던 박혜진은 "(금메달 따고) 당연히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경기를 (부상 때문에) 못 뛰었는데 그 한(恨)을 감독님을 밟으면서 풀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소속이 아닌 다른 선수들은 발길질 세리머니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세리머니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변연하(KB스타즈)는 "헹가래를 치고 돌아서려는데 발길질 세리머니가 펼쳐져서 잠시 놀랬다. 딱 밟으려고 했는데 끝나서 기회를 놓쳤다. 제대로 못 밟았다"고 말했다. '맏언니' 이미선(삼성생명)도 "딱 밟으려고 하는데 감독님하고 눈이 마주쳤다. 좀 더 세게 할 걸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경은(KDB생명)은 "남들이 따라밟길래 밟았다. 밟다보니까 세게 밟았다"며 웃었다.

세리머니의 피해자(?)인 위 감독은 "소속팀에서 2연패를 했지만 대표팀에서도 밟힐 줄 몰랐다. 선수들의 애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자들을 너그럽게 감쌌다. "발길질 세리머니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거 같다"고 평가한 위 감독은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거둬준 만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감독, 선수들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분위기를 이어 여자프로농구에 대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바랐다. 변연하(KB스타즈)는 "이 분위기를 잘 이어가려면 리그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박혜진은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이유가 여자 농구 인기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팬들이 많이 찾아와 응원하면 선수들도 덩달아 즐거운 플레이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4~15 여자프로농구는 다음달 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릴 KB스타즈-KDB생명 경기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5개월 여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정규리그는 6개 팀이 팀당 7라운드씩 35경기를 치른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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