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 대출자금 부족|대출한도 간접규제에 맡긴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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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시중은행들은 자금이 달려 쩔쩔매고 있다. 자금이 달리니 일반대출은 거의 중단상태이고, 또 지불준비금유지를 위해 한국은행에서 금리가 높은 돈(B한도)을 빌어 근근히 꾸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총예금의 3.5%밖에 안되는 지불준비금마저 채우지못해 과태료를 물고있다.
정부통제에서 자율경영으로, 직접규제에서 간접규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은행들이 아직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국은 은행별로 매달 대출한도액을 일일이 정해주고 그 이상은 은행의 자금이 좋아도 대출할 수 없도록 규제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은행들이 자금사정에 따라 지불준비금만 쌓고는 마음대로 대출할 수 있는 자율적 통화관리제(간접규제방식)로 전환됐다.
은행은 예금을 끌어들인 후 지준(현재 총예금의 3.5%)만 쌓고는 재량껏 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을 많이 하려면 예금을 많이 끌어들이든지 이미 나간 대출을 회수해야한다.
그런데 5개 시중은행중 신탁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서울신탁은행만을 제외하고는 지준을 메우기에도 절절매고 특히 일부 은행은 최근 지준부족사태를 일으켰다.
지불준비금이란 예금주가 불시에 예금을 찾겠다고 몰릴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 대출하지 않고 쌓아두는 돈인데 요즈음은 통화관리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어떤 은행은 부실채권 등으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있어 아예 중도에서 지준유지를 포기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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