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무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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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기관리는 아무리 철저를 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때문에 병영이 아니라도 마을이나 직장마다 편성되어 있는 예비군이 무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나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을 「한탕」으로 터뜨려 보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범인들은 우선 주변 예비군의 무기고부터 노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10년동안에 전국적으로는 10건정도의 총기도난사건이 일어나 대형사고로 연결된 것으로 우리는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가강 끔찍했던 참극은 72년부터 74년까지 계속된 이종대, 문도석사건으로 그들은 72년 9월 경기도 평택에서 카빈 3점과 실탄 60발을 훔쳐 2명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자살하는 일을 저지른 악명높은 사건이었다.
바로 지난 2윌에는 서울 염곡동에서 20대청년이 검문소에 근무중인 경관의 권총과 실탄을 강탈한 사건이 일어나 우리를 한동안 긴장시켰다.
이번 여수에서 일어난 예비군 무기도난사건도 이「한탕심리」의 유형에 속하는 사고로 20세의실직청년에 의해 저질러졌다.
다행히 서울의 염곡동사건이나 여수에서 일어난 무기도난사건은 범인들이 당초 계획했던 범행을 실천에 욺기기 전에 검거되어 잃었던 무기는 일단 희수되었다.
당국이 신속한 법인검거에 개가를 올린것은 그것대로 참으로 잘된 일이지만 우리는 이런 종류의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과 대책을 철저히 점검해야할 시급한 필요성을 새삼 절실히 느낀다. 무기를 훔친 범인들이 단순히 금전적인 「한탕」을 노린것은 오히려 불행중 다행이라 싶은 생각까지 든다.
가령 경찰의 무기나 예비군 무기를 북괴의 간첩들이 훔쳤을 경우라면 그 결과는 어떤 것이겠는가. 무기관리에는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다.
예비군은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조직인데, 정작 비상사태에 직면하면 무기고관리야말로 중대사다.
예비군 무기고의 안전관리는 직장의 경우 그 직장의 장(장)이 관리책임을 지고 2차로 감독책임을 관할 경찰서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관리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무기고를 순시하지 않고 부하직원에게 시키는 형식적인 순시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예비군 무기고에 대한 순시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사고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니 우리가 무기관리를 철저히 하자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스스로 자명해진다.
그러나 무기고를 노리는 무서운 눈들이 많을 것임을 생각하면 국민 모두가 무기관리책임자의 자세로 임해야 하겠다.
그것만이 적을 향한 무기가 우리에게 향해지는 비극을 사전에 방지하는 유일, 최선의 길인 것 이다.
한국처럼 도처에 무기가 보관되어 있는 마당에 관리체제에 구멍이 뚫린다면 우리의 무기고가 간첩이나 범법자들의 무기고로 변하고 개인의 총기소지가 사실상 자유로운 미국이나 필리핀처럼 우리사회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사회로 변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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