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일본식 불황'이라는 유령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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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가 일본된다
홍성국 지음
메디치, 342쪽
1만6500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2%대 금리시대가 도래했다. 정부 예상 시나리오는 이랬을 것 같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린 기업이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개인은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그런데 동맥경화처럼 돈이 돌지 않는다. 25년째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같다. 일본은 경제성장률·물가·투자·금리가 모두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 4저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오래 근무한 저자는 이같은 일본식 불황이 전세계에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증후는 다각적이다. 환경오염, 혁신의 한계, 사회 양극화, 공급과잉, 인구감소, 부채사회 등.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환경 문제만으로 불황이 올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위주의 개발→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 중단→세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경상수지 적자→엔화 약세 등 화살표는 이어지는데 나비효과처럼 모든 분야로 어둡게 확산한다.

 일명 ‘전환형 복합불황’시대다. 풀이하면 성장 시대는 끝났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침체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소 우울하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 ‘현재의 문제와 위기를 자신의 생활과 분리된 남의 일로 파악하는’ 극장화 현상으로 위기를 방치했다는데, 우리의 오늘은 어떤지. 일본의 장기불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많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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