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김형식 서울시의원과 공범 팽씨 주고받은 카톡 공방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서구의 3000억 원대 재산가 송모(67)씨 살해를 교사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과 공범 팽모(44·구속 기소)씨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법정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박정수 부장) 심리로 23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의 휴대전화를 복구해 확보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7일 팽씨는 김 의원에게 ‘잘 되겠지. 긴장은 되는데 마음은 편하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의원은 ‘잘 될 거야 추석 잘 보내라’라고 답했다. 팽씨는 이틀 뒤인 9월 19일 ‘오늘 안되면 내일 할 거고 낼 안되면 모레 할 거고 어떻게든 할 거니까 초조해 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이는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김 의원이 송씨 살해를 교사했다는 증거로 공개했던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형식 측 변호인은 “짝퉁 물품에 붙일 라벨작업을 하는데 긴장이 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팽씨가 한때 중국에서 모조명품(짝퉁)을 들여와 파는 일에 종사한 적이 있어 이와 관련된 대화라는 주장이다. 그러자 검찰은 “변호인 주장은 이해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면서 “2013년 9월경 김 의원이 팽씨에게 전화해 추석이라 S빌딩에 있는 식당이 문을 닫고 조용할 테니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팽씨 진술도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팽씨는 ‘애들은 10일 날 들어오는 걸로 확정됐고 오면 바로 작업할 거다’라는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팽씨는 앞선 공판에서 메시지에 언급된 ‘애들’은 “김 의원이 구해달라고 부탁한 청부살해업자들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팽씨가 하던 짝퉁수입 일에 관계된 업자들”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오갔다. 두 사람은 범행 약 두 달 전인 1월 6일에는 ‘???’(김 의원), ‘?’(팽씨), ‘내일’(팽씨), ‘ㅇㅇ’(김 의원)이라는 암호문 같은 메시지도 주고 받았다. 검찰 측은 “당시 김 의원은 베트남에 있었다”며 “출국해 알리바이를 만들었으니 무조건 작업하라고 팽씨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검찰이 같은 증거를 가지고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날 열린 공판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증인 출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경찰이 조사 초기에 확인되지 않은 범행 동기를 언론에 공개했고, 김 의원과 팽씨의 대질신문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거부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조사한 내용이 맞다고 증언하면 맞는 것이냐”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신빙성 여부를 따져 경찰관의 증언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면서 “김 의원이 팽씨의 진술을 부인해 온 이유에 대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맞섰다. 결국 재판부가 담당 경찰의 증인 출석을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공방은 일단락 됐다.

김 의원은 10년 지기 친구인 팽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서울 강서구의 S빌딩 용도변경 청탁과 함께 5억여원의 금품과 접대를 받았고, 용도변경 추진이 무산되자 살인을 사주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6일간 집중심리를 한 뒤 오는 27일 판결을 선고키로 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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