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신승남씨 증인 '직접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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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사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조사받은 사람들 가운데 증인만 유일하게 내 이름을 밝혔는데 이상하지 않습니까."(신승남 전 검찰총장.사진)

"나는 들은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2001년 수사 기밀을 흘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李大敬부장판사)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현직 검사와 같은 태도로 증인 신문을 했다.

愼전총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을 피고인석에 앉아 수사기록을 넘겨가며 직접 신문했다. 재판부는 재판에 앞서 "李씨를 직접 신문하고 싶다"는 愼전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의 쟁점은 서울지검의 무역금융 사기 사건 수사와 관련, 2001년 4월 李씨의 불구속 방침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의 측근인 김성환씨에게 알려준 검찰 고위 간부가 愼전총장이었냐는 것이었다.

유일한 증거가 李씨의 증언이어서 유죄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에 치열하게 다투는 문제였다.

李씨는 법정에서 "홍업씨의 또 다른 측근인 이거성씨에게 김성환씨가 愼전총장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愼전총장은 이에 대해 "당시 나는 대검 차장이었는데, 왜 나를 '총장'이라고 하느냐"면서 "증인은 당시 이거성씨가 나를 어떻게 지칭했는지 정확히 얘기하라"고 李씨를 다그쳤다.

愼전총장은 "검찰 진술은 통상 처음에 한 얘기가 진솔하다"는 나름대로의 경험을 밝히면서 "여러달 동안 검찰조사를 받았는데, 왜 조사가 한참 진행된 6월에서야 내 얘기를 꺼냈느냐"며 李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愼전총장은 또 李씨가 "회사 직원한테서 '검찰이 불구속 방침을 정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누구한테 확인한 사실인지는 묻지 않았다"고 하자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몰아붙였다.

愼전총장의 추궁에 李씨는 "제가 어리숙한 데가 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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