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
김정일 위원장은 17일 정동영 장관에게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이렇게 운을 뗐다.
"지난 6월 1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미스터(Mr.) 김정일'이라고 부르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부시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 정 장관 질문의 요지였다.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을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해 다른 해외 정상들과 나눈 얘기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 위원장은 "지난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남자다. 대화를 나누면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얘기한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도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클린턴 정부 때부터 (북한은)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협상 상대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에게 "이런 나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다"고도 했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자신의 유화적인 태도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김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과 미국에 대해 이렇듯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표현하자 북측은 즉각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정부 때부터'라고 명시한 것은 미국 민주당 정부 때의 대북 유화책을 다시 한번 이끌어 내고 싶은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