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은 할아버지의 손자사랑 눈에 선히 보여|『내고향 천마산』… 거칠지만 마디가 굵고 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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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 겨레시 짓기 운동은 민족 정서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생활시조의 장이다.
하기 때문에 진실이 담긴 태깔고운 생활시조를 원하지, 결코 문학 수련생 들의 미사여구를 바라지 않는다.
동구 밖 고목가지에 동그랗게 걸려있는 까치집, 그 까치집은 봄이 오는 하늘의 길목에 걸어둔 등불이다. 아니, 하늘의 눈동자다.
시에도 눈이 있다. 곡진한 눈빛하나씩 밝혀들고 온 작품만을 골라 여기에 싣는다.
「등교길」(김영수)/손주놈 학교 가는 고삿길 눈을 쓸다/정말이지/수염엔 눈꽃 피고, 빗자루엔 눈날리…/는 것이 눈에 선히 보인다. 인자한 할아버지의「손주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건강한 작품이다.
「할아버지」(남무환)/저놈의 보름달빛은 왜 저리도 밝은가/도시로만 다 빠져나간 젊은이들, 텅빈 고가를 지키는 늙은 양주의 서글픈 심회를 잘 그려내고 있다. 염량세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전해원)「세칠난 핏덩이」로 여윈 어머니기에 어찌 정인들 들었겠는가. 남 다 모시고 있는 어머님을 자기만 못 모셔본 어버이에의 지정이 눈물겹다. 수욕정이풍부지(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자욕양이친부대). 풍수지탄(풍수지탄)을 세상사람들은 다 잊었는가.
「눈 오는 날에」(전성신)북녘땅에 두고 온 고향을 손에 잡힐 듯 잘 그리고있다./흩날린 눈이 파리 파도처럼 밀려가도/흩날리는 눈이파리가 불러다 준 사향곡이 퉁소 한 곡조만큼을 청아하다.
「고열압」(조순항)/천운도 몇 순을 엇갈려 백 넘기는 하루살이/병이란 앓아본 사람이 아니면 그 심회를 모른다. 이 종장은 명구다.
「술」(임완기) 이런 시를「맛배기 시」라고 한다. 아무 수식이 없고, 바른 길로 막대드는 시라는 뜻이다. 그러나 동구 밖 방풍림(방풍림)같은 그 정정함을 샀다.
「아내」(이대영)/신열에 들뜬채로 삼동 가고 입춘인데/앓는 숨결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아내의 손길이 어머니의 손길을 이어받은 것도 아주 곡진하다.
「내고향 천마산」(민병득)이 작품은 마디가 굵고, 옹이가 실하다. 그리나 호흡이 좀 거친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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