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검도 8단 조병용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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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도 하루 2시간씩 젊은 제자들과 함께 죽검을 손에 쥐지. 검을 똑바로 잡고 정면을 응시하면 오만 잡념이 없어지고 몸도 가쁜 해 지거든.』 검도 8단의 남포 조병용옹(82·전북 남원시 쌍교동71).
1m80cm의 장대한 키에 걸맞게 음성이 쩌렁쩌렁 울린다. 지난해 늦가을 도장을 나서다 계단에서 실족, 굴러 떨어져 중상을 입고 아직도 완전 회복되지 않았지만 제자 지도만은 계속하고 있다. 『검도를 운동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검도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정신 수양」이야. 제자들 가운데도 그런 생각을 고치지 못하고 승단에만 신경을 쓰는 녀석들이 있지. 한두번 꾸짖어도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고 돌려보내 버려.』
조옹의 검도 지도법은 특이 한데가 있다.
매일 2시간씩 가르치는 동안 제자들에게 운동전 후 반드시 30분간씩 좌선을 시킨다.
무릎을 꿇고 앉아 아랫배에 힘을 주며, 어깨의 힘을 뺀 뒤 두 손을 양 무릎 위에 살짝 얹고, 두 눈을 지그시 내리 감으며 복식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안정토록 하는 것이다. 불교의 참선형태와 같다. 『왜 검술이라고 하지 않고 「길 도」자를 써서 검도라고 하는가를 알아야해. 검도는 정신수양이며, 인격도야의 길이야.』
조옹은 살그머니 두 눈을 감는다. 『체력단련도 중요하지만 정신 자세를 바로 가져야혀. 이기고 지는데 집착하면 진정한 검도인이 될 수 없어.』
조옹이 검도를 시작한 것은 19세 때.
남원농고를 졸업한 뒤 일본 경찰로부터 배웠다. 『나도 처음에는 단순한 스포츠로 알았어. 그러나 하다 보니 「운동」이 아니고 「정신수양」이라는 것을 터득했고, 그래서 오늘날까지 계속하고 있지.』
검도는 곧 조옹의 생활철학이자 신앙이다. 『표창장? 수없이 많이 받았어. 각종 대회에서 받은 것이 아마 3백∼4백장은 좋이 될걸. 하지만 그까짓게 뭐 대순가. 많은 제자들에게 검도의 진수를 가르친 것이 자랑스럽지.』
그 동안 조옹이 길러낸 제자는 줄잡아 5천명. 현재 가르치고 있는 남원의 젊은이들만도 40명에 이른다.
또 다른 곳에서 요청이 오면 서울이건 부산이건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러나 모두가 무보수.
조옹의 자녀는 1남 5녀. 외아들 조대수씨(39)는 15년 전 도미, 현재 텍사스 주립대학 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큰 딸 조숙희씨(54)는 전북 김제여고 교장. 손자·외손자만도 모두 합쳐 23명에 이른다.
그러나 자녀들을 모두 외지로 내보내고 부인 박일분씨(59)와 단 둘이서 13대째 살아온 남원에서 후배 양성에 전념하고있다.
논·밭 7마지기도 자영하고 있다. 글 정일상기자 사진 최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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