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아침 ] -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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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두석(1955~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

살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게 되었다. 제 몫의 이익만을 챙기겠다고 아우성이다. 제자가 스승을, 부모가 자식을, 아내가 남편을, 유권자가 정치인을, 죄수가 재판관을, 지역이 중앙을, 노동자가 자본가를,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이 지독한 불신의 시대에 시인은 꽃이 되어 피고 나비가 되어 날자고 한다. 그것만이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김수영의 선언처럼 이 모기만한 목소리가 관계의 분단을 뚫는 날이 부디 오기를!

이재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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