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이혼한 권력과 정치 … 국가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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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기의 국가
지그문트 바우만·
카를로 보르도니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
298쪽, 1만8000원

권력과 정치가 ‘이혼’했다.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이 둘의 분리가 오늘날 국가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게 두 저자의 지적이다. 이 분리 이후 세계를 움직이는 실질적 권력이 국가 아닌 다른 곳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폴란드 출신의 탈근대 사상가로 유명한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 카를로 보르도니는 대담형식을 통해 오늘날 세계 각국의 위기를 진단한다. 경제산업에서 시작해 복지정책·종교·민주주의를 넘나드는 방식이다. 이들이 볼 때 권력과 정치의 분리에서 비롯된 위기의 징후는 일시적인 게 아니다. 경제·사회 시스템과 위기가 얽혀있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능해진 국가는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제공할 능력을 찾지 못한다.

 다양한 철학 용어를 동원하며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일종의 비관론이다. “별거 중인 권력과 정치가 다시 합치기 전까지는 해결책 모색에 장애가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상호 의존을 고려할 때, 한 나라 내에서 그런 재결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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