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명·준실명 환자 6명 배아줄기세포로 시력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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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관계회사인 차바이오텍(대표 최종수)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로 실명환자 6명의 시력을 크게 호전시켰다. 배아줄기세포로 질병을 호전시킨 것은 국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ACT사에 이어 두 번째다.

 차바이오텍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미국 ACT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두 회사는 각각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오다 ACT의 진도가 빨라 15일 국제의학전문지 ‘랜싯’에 결과를 발표했고 차바이오텍도 조만간 국제 학회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차바이오텍은 분당차병원 안과 송원경 교수팀에 임상시험을 맡겼다. 분당차병원은 2012년 5월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12명, 2011년 5월 스타가르트 환자 3명에 대한 임상시험(1상시험)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았다. 이 중 황반변성 3명, 스타가르트 3명에 대한 1상 임상시험(안전성 검증 위주)이 완료 단계에 있다. 두 질병 다 망막세포가 망가지는데 차병원 측은 망막세포에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해 세포를 재생하는 임상시험을 해 왔다. 황반변성은 주로 노인이, 스타가르트는 청소년이 걸린다.

 차병원 측은 “6명은 실명했거나 시력이 거의 없는 준(準) 실명 환자였는데 줄기세포를 이식 받고 모두 시력이 상당한 정도로 회복됐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종전에 장애인용 시력 측정표에 글자 한 개 정도만 보였는데 치료 결과 13개가 보일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다른 환자는 13개 정도 보이다 지금은 35개를 볼 수 있다. 차병원 측은 “미국은 18명 중 13명이 효과를 봤지만 우리는 거의 다 호전돼 미국보다 성적이 좋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를 거부했다.

현재 국내에는 메디포스트의 무릎연골치료제를 비롯해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가 시판 중인데 모두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한 것이다. 차바이오텍 치료제는 불임부부가 사용하다 남은 냉동배아(수정란)에서 분화시킨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이며 성체줄기세포보다 만들기가 어렵다.

 식약처 신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황반변성이나 스타가르트는 세포가 망가져 생기는 병으로 다른 치료법이 없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줄기세포치료제 성공이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배아·성체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의 내부덩어리에서 추출해 배양한다. 다양한 장기로 분화할 수 있다. 뼈·혈액·태반 등의 다 자란 신체의 일부에서 추출한 게 성체줄기세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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