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체제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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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정치체제의 막이 오른지 1년이 됐다. 작년 l월15일 민정당의 창당을 시발로, 17일엔 민한당, 23일엔 국민당이 창당됐고 2월 대통령선거, 3윌 국회의원선거를 거쳐 지금의 제5공화국 체제가 확립됐다.
이런 숨가쁜 일정속에서 오늘의 집권당인 민정당이 탄생한것은 한마디로 권력형부정의 과감한 숙정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이것은 민정당의 탄생이유이며 또한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새시대, 새정치를 경험한지 불과 1년을 맞지만, 그동안의 정치패턴은 과연 그와같은 기대와 성원에 얼마나 부응했는가를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정치발전을 다시한번 기약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것같다.
우선 수많은 정당들 가운데서 국민의 선택으로 의정단상에 오른 민정·민한·국민 3당이 정치의 생명력이기도한 정책경쟁에 더욱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를 먼저 앞세우고 싶다.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국토를 통일한다는 우리의 당면목표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에 이르는 정책수단의 채택에는 정당간에 의견을 달리 할수도 있으며 바로 이것이 선의의 경쟁을 벌일 소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각정당들이 정책정당임을 자부하고 나섰던 구호들은 아직도 극민의 귓전에 남아있다.
이점에서 지난 1년동안 3당은 과연 소임을 다했는지, 반추와 음미가 있어야할 것이다.
최근 내각과 민정당이 정책입안에서 긴밀 협조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새삼 깊은 관심을 갖게한다. 정당에 수집된 국민의 여론이 행정부에 반영되는 통로가 구축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하기론 정당이 국회에서 행정부의 정책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피동적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입법활동으로 국리민부에 보탬이 되는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다.
또한 이것은 집권당뿐만 아니라 의정에 참여한 모든 정당에도 통용되는 얘기다. 국민앞에 집권능력을 보여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훌륭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의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정도다. 최근 국회가 통금해제건의안을 선도했던 것은 새삼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또 한가지 생각해볼 일이 생산적인 국회운영이다. 정당의 활동무대는 궁극적으로 의회이며 의회운영의 스타일은 곧 한 나라의 정치상을 반영한다 .새5공화국 출범초기에 각 정당이 과거의 극한대립을 지양하고 대화정치를 표방한것은 우리가 아직도 토론에 미열하고 대화기술이 미흡하다는것을 단적으로 반증해주는 일이다.
대화는 곧 토론이며 토론은 진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다. 아울러 토론의 결과로 지반의 태도가 명확해지고 안협이 성립되기 때문에 민주정치의 의회상은 토론과 안협의 순환으로 볼수있다. 아직도 해묵은 타성인 비생산적 정치행태가 의회에서 씻어지지 않고 있는것은 각 정당의 노력이 모자란 때문으로 지적하고 싶다.
여기에 무엇보다 훌륭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선 집권당인 민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정당은 우선 그 창당을 가능하게 했던 당초의 의지를 결코 손상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청도정치의 실현이 그것이다. 여기엔 다소의 희생과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궤도를 벗어나면 민정당은 선 자리마저 잃기쉽다. 지난 1년동안 집권당이 걸어온 같은 바로 그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앞으로 민정당이 어느 길을 가야하는가에 대한 좋은 시사도 된다.
그것은 결국 참다운 근대이념정당으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길이며 민정당에 각하된 최대의 책임이다. 창당 1년을 맞는 모든 정당들은 더욱 분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참신한스타일의 정치를 펼쳐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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