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빚 독촉 받자 일가 5명 동반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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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업에 실패, 1억여 원의 빚을 지고 채권자들로부터 심한 빚 독촉을 받아 오던 싱크대 제조회사 사장 일가족 5명이 동반 자살했다.
9일 상오2시30분쯤 서울 쌍문1동96의3 윤영노씨(47)집 안방에서 윤씨와 부인 서경자씨(44), 장녀 인자 양(20·재수생), 2녀 현증 양(17·J여고2년), 장남 호진 군(15·학생)등 일가족 5명이 연탄화덕 2개를 피워 놓고 동반 자살한 것을 빚을 받으러 갔던 채권자 이천근씨(26·서울 삼성동264의3)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이날 새벽 또 다른 채권자인 배기호씨(46·서울 잠실6동 장미아파트8동607호)와 함께 빚 1천5백 만원을 받으러 윤씨 집에 갔으나 대문을 열어 주지 않아 담을 넘어 들어가 보니 윤씨 가족이 높이 70cm·지름 20cm 크기의 연탄화덕 2개를 피워 놓은 채 한방에서 모두 숨져 있었다는 것.
숨진 윤씨의 형 명 노씨(54·서울 반포동25의3)는 숨진 윤씨는 76년 경기도 반월 공단에서 싱크대 제조회사인 주식회사 삼협을 차려 경영하다 지난해 5월 경영부실과 자금난으로 휴업한 뒤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아 왔으며 은행대부금 7천만∼8천만원과 개인사채 등 1억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윤씨는 형 명 노씨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나만 죽으면 남은 자식 부모 없이 구차하게 살아갈 것 같아 함께 데리고 간다』고 썼고, 회사부사장 장기도씨 등 동업자 5명에게는 『당신들이 회사명의로 은행대부를 받아 가로챘고 수금한 돈을 입금시키지 않거나 미수금을 받아 내지 못해 결국 공장이 쓰러졌다』고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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