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이 앞서는 세밑…『섣달그믐』은 의초로운 정경|『빚이여 소리여』는 이미지 형상화한 독특한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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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밑-아무래도 감상(감상)이 앞선다. 한줄기 애수가 긴 꼬리를 흔든다. 그 흔들리는 꼬리 끝에서 두고 온 고향이, 그리운 얼굴들이 명멸(명멸)한다.
「망향」의 작자는 아마도 날새들이나 넘나드는 휴전선 밖에 고향을 둔 민족적 비극의 한을 안고 사는 분이리라. 갈 수 없는 땅이기에 고향은 더욱 그립고,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기에 추억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섣달 그믐」은 아직도 남은 우리네 가정의섣달 그믐 밤의 의초로운 정경을 보여 주고있다. 그렇지, 우리모두「한 아름 소망을 담아 밝은 내일 기원」하자. 약간 손을 댄것은 시조의 고유 형식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확실한 이해를 갖도록 노력했으면한다.
여기서 작품의 구성에 대해 좀 생각해보기로한다. 개화기의 창가(창가)나 지금도 유행가의 가사들은 연(연)과 연을 대구(대구)로 구성하는 것이 예사다.
중앙시조의 투고작 가운데서도 그런 예를 종종본다. 현대에 와서 구성법으로 시를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옛 작시법(작시법)중에서도「서경(서경) l서정(서경)」의 구성은 수업기의 사람들이 구성법을 익히는데 편리한 방법이다. 먼저 서경(외적 정황묘사)을하고 나중에 서정(내적 정의의 표현)을 하는 방법인데 단수일때는 초·중장에 서경, 종장에 서정을 하고, 2수일대는 전편에 서경, 후편에 서정을한다. 「친구」는 단순하게 기술해 나가면서도 할소리 다한 그런 느낌의 시조다. 종장 처리가 잘되어 그렇다.
「벚이여 소리여」는 마음속의 영상(영상)곧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아 온 작품들과는 전혀 그 수법이 다르다. 언어와 현실과가 평면적으로 연결되지않고 추상적 이미지를 사이에 두고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흔히 전달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으나 표현의 폭이 훨씬 넓고 깊은 것이다. 「한산도」는 부분적으로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그런대로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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