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유쾌한 장난기서 창의력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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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그림으로 표현했다. [사진 노벨박물관]

근엄한 노(老)석학, 농담 한마디 건네기 힘든 진지한 표정…. 노벨상 수상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다. 하지만 13일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만나본 사람’의 얘기는 달랐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들 유쾌하다. 장난기(playfulness)는 그들이 가진 창의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만난 올로프 아멜린(54·사진) 노벨박물관장의 얘기다. 노벨박물관은 매년 12월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참석자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다. 아멜린 관장은 “박물관에서 일한 15년간 노벨상을 탄 사람들을 모두 만나봤다”고 했다.

 그는 독일 린다우 재단과 함께 기획한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Sketches of Science)’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수상(受賞) 아이디어를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찍은 사진작품 52점을 모은 프로젝트다. 2012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2년째 세계 각국에서 순회 전시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으로 14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6주간 과천과학관에서 전시된다.

 사진 속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멜린 관장의 말처럼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다. 축구공 모양 분자 ‘플러렌(C60)’을 발견해 1996년 화학상을 받은 해럴드 크로토는 축구공 그림을 향해 힘껏 킥을 한다. 로버트 러플린 전 KAIST 총장(98년 물리학상 수상자)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그림을 물어 뜯는다.

 아멜린 관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치열한 노력과 함께 새 아이디어를 이렇게도 적용해 보고 저렇게도 적용해 보려는 창의력과 장난기를 갖춘 덕에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며 “이번 전시가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영감을 심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관 입장료 외 전시 관람료는 따로 없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 앱을 다운받으면 각 사진에 대한 한국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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