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택시기사 보험사기단, 7700여만원의 보험금 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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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 역할 분담을 통해 상습적으로 고의사고를 내고 77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전·현직 택시기사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성남중원경찰서(서장 신경문)는 13일 전직 택시기사 이모(54)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전ㆍ현직 기사 24명과 이들의 가족 및 내연녀 등 여성 7명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경기도 성남시 소재 운수회사 2곳의 전·현직 택시기사들로,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정한 뒤 운전자와 피해차량을 바꿔가며 뒤에서 차를 들이받는 수법으로 지난 2년간 총 14차례의 고의사고를 냈다. 공모한 사건에 쓸 피해자로는 이들의 가족이나 내연녀 등 여성 7명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과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총 7787만6000원을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직 택시기사인 이씨가 총 14건의 보험사기 중 10건을 주도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월 14일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던 또 다른 전직 택시기사 조모씨에게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이날 저녁 조씨에게 렌트카 업체에서 빌린 소나타 차량을 제공한 뒤 피해 차량으로 미리 준비한 모닝 차량을 뒤에서 고의로 들이받게 했다. 모닝 차량에는 이씨와 사고를 공모한 다른 공범 3명이 타고 있었다.

이후 조씨는 이씨의 제안에 따라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5명으로 불렸다. 보험금과 합의금을 더 타내기 위해 타고 있지도 않던 2명을 가짜 피해자로 끼워넣은 것이었다. 보험사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피해자 5명에 대해 합의금과 치료비, 차량수리비로 596만3090원을 지급했다. 이씨는 조씨 등과 이 돈을 나눠 가졌다고 한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면 보험사의 의심을 살 것을 우려해 차량은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꿔가며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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