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우호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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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가 바뀌면 바로 한미관계 제2세기가 시작된다. 1800년대초, 중국항로를 개척한 미국은 해난구조와 보급을 위한 중간역으로서의 조선에 착안하여 굳게 닫힌 쇠국의 문을 두드렸고 조선은 청·로·일 3국의 각축속에서 일종의 「균형추」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미국에 문호를 개방했다.
그로부터 꼬박 1세기가 흘러 내년에 수교 백주년을 맞게되었으니 전후 동서가 대립하는 국제환경속에서 한미두나라가 다진 우호관계를 돌아보고 제2세기를 보다 생산적·우호적·협조적인 백년이 되게 하는 뜻깊은 해가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을「한미우호의 해」로 선포하기로 결정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단체는 민간단체대로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고있다.
미국쪽에서도 10개이상의 주와 시정부가 우리처럼 82년을 「한미우호의 해」로 선포하여 재미동포사회는 벌써 축제전후의 무드에 젖어들고 있다.
한미간의 공식관계가 처음에는 두 나라가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무지로 출발했고, 특히 미국은 개국당시의 조선을 중국정책및 일본정책의 「변방」으로 간주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노서아세력의 남하를 저지하고 필리핀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일본의 조선통치를 흔쾌히 「양해」한 것도 그당시 복잡하던 동북아시아정세의 산물이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전후36년, 그중에서 6·25로부터 오늘까지의 30년동안 미국은 우리게에 불가분의 우호·동맹국가가 되었고 미국에도 한국은 반공전초기지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국이나 일본정책의 변방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대상으로 등장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전후36년동안 미국의 문화와 영향력의 사태속에 살아왔다.
아무리 인색한 평가를 한다고 해도 한국의 경제부흥에 미국이 담당한 역할은 거의 결정적인 것이었고 안전보장에 이르러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필요불가결한 지원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다.
이와같이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수가 없을 정도다.
우리가 내년을 「한미우호의 해」로 정하고 이 뜻깊은 해를 기념하는 잔치를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수교 백년의 축제는 두나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우리측의 행사계획을 보면 지나치게 정부주도에 편중된 인상이 짙고 민간부문만 해도 상층부의 단체와 모든 주요행사에 참여하는 「낯익은 얼굴들」만 보인다는 인상이다.
아직은 준비의 준비단계니까 지난 36년동안을 미국문화를 호흡하면서 살아온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방도를 세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국쪽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백주년행사에 참가하여 내년은 미국인들의 한국이해의 신기원이 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주나 시정부가 스스로「한미우호의 해」를 선포하기를 기다릴것이 아니라 미국신문·방송을 상대로하는 홍보활동을 xdh해서 무드조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한국과 미국은 밀접한 관계에 비하여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만은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이 미국의 정확한 이해를 더욱 방해하고 있다.
내년에 있을 각종행사는 참여의 쪽이 저변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동시에 상호이해의 중진이라는 주제를 가진 유기적·체계적인 행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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