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수퍼 달러' 겹쳐 원자재 펀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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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자재 펀드는 3분기 11.68%의 손실을 냈다. 전체 해외 펀드 중에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이다. 주요 원자재인 금과 원유(WTI) 가격은 ‘심리적 저항선’인 온스당 1200달러, 배럴당 90달러 근처까지 내려갔다.

원자재 펀드는 지난해에도 13%가 넘는 손해를 봤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2년새 원금의 약 25%를 날린 셈이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고 봤다. 경기가 살아나면 상품의 원료가 되는 원자재 값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세계의 공장’ 중국도 예전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악재까지 겹쳤다. ‘수퍼 달러’다.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된다. 그래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값이 오르고 강세를 보이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 우려에 최근 달러값이 오르다 보니 원자재 가격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원유는 셰일가스의 등장 등으로 생산량이 늘었고, 농산물은 가을 수확기를 맞았다.

 당분간은 원자재 가격이 약세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상품가격이 의미 있는 반등을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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