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황금기' 박찬호 99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1994년 메이저리그에 발을 디딘 뒤 한발 한발 밟아온 계단이 99개. 이제 한 개가 남았다. 그의 이름 앞에 '100승 투수'라는 명예가 붙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32)가 통산 99승(73패)을 거뒀다. 30일(한국시간) 알링턴 어메리퀘스트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출장한 박찬호는 6이닝 동안 6피안타.3실점으로 막아내 팀의 12-4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4연승으로 시즌 5승1패를 기록한 박찬호는 6월 4일 오전 9시10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00승에 도전한다. 로열스는 최근 6연패를 당하는 등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다.

1876년 시작돼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승 고지를 밟은 선수는 지금까지 541명. 현역선수 중에서는 로저 클레멘스(휴스턴 애스트로스.331승) 등 39명 뿐이고, 동양 선수로는 노모 히데오(121승.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유일하다.

전날 내린 비로 하루 늦춰진 등판이 행운이었을까. 레인저스는 2회 말 선취점을 올렸고, 박찬호는 3회까지 화이트삭스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4회 초 A J 피어진스키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자 흔들렸다. 볼넷 1개와 2안타를 더 허용해 1-3으로 역전당했다. 상대 투수가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최다승(8승)을 거두고 있는 존 가랜드였기에 초조할 만했다. 그래도 박찬호가 6회까지 노련한 투구로 더 이상 실점하지 않자 6회 말 레인저스 타선이 폭발했다.

무사 1.3루에서 마크 테세이라의 내야땅볼로 1점을 뽑았고, 계속된 2사 1.3루에서 케빈 멘치가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레인저스 타자들은 6회에만 6점을 뽑아내 박찬호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말 진한 감동을 준 경기였다. 케빈 멘치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했다. 아름답게 높이 멀리 날아가는 홈런타구를 바라보는 기분은 소름끼치도록 시원했다"고 적었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